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너튜브에서 ‘맛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하고 찾아보는데 군침 싹 돌게 하는 양꼬치가 보이더라고요.🔎 제 성격상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을 귀한 돈 주고 먹진 않지만 양꼬치 먹방 영상을 보고 안 먹을 수가 없어서(?) 인생 21년 차에 첫 양꼬치 도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 돈 주고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양꼬치집 리뷰를 찾아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는데요. 바로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호우양꼬치입니다.
오픈 시간에 거의 맞춰 들어가니깐 한 테이블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완전 내 세상이네~’하고 씐나게 들어가 QR체크인을 하고 쇼파 자리에 앉았는데 이게 웬걸! 테이블이 고정되어 있어서 의자랑 테이블 간격이 멀었습니다. 저는 밥 먹을 때 신발 벗고 아빠 다리 한 채로 먹는 게 습관이어서 주로 쇼파 자리에 앉았는데 여기는 테이블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쪼~쿰 불편했어요. 저와 비슷한 분들은 쇼파 자리 대신 내 몸에 맞게 의자 위치를 조정해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원통 의자에 앉으세요.
앉아서 가게를 한 번 둘러보니깐 가게 크기는 4인 테이블이 16개 정도 있어서 작은 것 같진 않아 보였어요. 저녁에 왔어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게 내부 청결은 의자나 테이블 모두 깨끗했습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테이블마다 옆쪽 바닥에 휴지통이 있는 게 정말 좋았어요. 가끔 휴지통이 없는 가게에 여럿이서 밥을 먹으러 가면 테이블 위에 휴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직원분한테 계속 치워달라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눈치 보이고 그냥 놔두기에는 불편한 적이 몇 번 있어서 휴지통이 테이블마다 있는 게 너무 맘에 들더라고요.
문은 큰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어서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에 열어놓고 먹기 딱 좋습니다. 저는 낮에 가서 잘 모르겠지만 저녁에 가도 시원한 밤 분위기를 느끼면서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게 벽면에 크게 메뉴판이 있어서 친구랑 둘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메뉴판을 보고 있었는데 그런 저희의 모습을 보시고 신경이 쓰이셨는지 가게 사장님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시더라고요.
양꼬치를 먹으러 온 거지만 양꼬치만 시켰다가 입맛에 안 맞아서 돈만 쓰고 못 먹으면 억울할 거 같아서 양꼬치를 1인분 시키고 식사류나 요리류를 몇 개 시키려고 했는데 숯불구이는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하다고 쓰여있어서 메뉴 선정을 친구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친구도 옛날에 딱 한 번 먹어봐서 맛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서로 메뉴 결정 못 하고 메뉴판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양꼬치, 양갈비살, 마라갈비 각 8개씩에 추가로 마라탕까지 먹을 수 있는 모둠 세트가 있어서 보자마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호우 모듬 세트 A를 주문했습니다.
음식들이 나오기 전에 마늘이랑 짜사이, 양파간장절임, 소금 묻은 팥(?), 부추무침, 걸쭉한 계란국이랑 고춧가루 같은 비주얼의 양꼬치 찍어 먹는 가루가 기본 밑반찬으로 나옵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에 걸쭉한 계란국을 한 입 먹어봤는데 완전 제 스타일이었어요. 평소 계란국도 엄청 좋아하고 죽같이 걸쭉한 음식도 좋아해서 너무 맛있었어요. 또 소금 묻은 팥(?)도 뭔가 술 안주로 먹기 딱 좋은 맛입니다.
꼬치가 나오기 전에 사장님이 숯불을 넣고 연통을 고정해주시고 가시는데 숯불에서 엄청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서 깜짝 놀랐어요. 밑반찬이 세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뾰족한 젓가락(?)에 고기들이 꽂혀 나오는데 고기들이 앙증맞게 생겨서 얼른 제 입으로 넣어주고 싶더라고요.
꼬치들을 자세히 보면 별 모양 같은 게 붙어있는데 ‘이게 뭐지?’하고 그냥 기여운 디자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꼬치를 기계에 넣고 굽는 모습을 보고 별 모양의 역할을 알았네요.
꼬치에 붙어있는 별 모양을 양꼬치 굽는 기계 사이드 틈 사이에 끼워주면 영상처럼 기계가 돌아가면서 별 모양도 똑같이 굴러가고 그러면서 양꼬치가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처음 양꼬치를 구울 때는 저랑 친구의 양꼬치를 구분하려고 왼쪽, 오른쪽 나눠서 3종류를 1개씩 꽂아서 구웠는데 자세히 보니깐 꼬치 손잡이 부분이 훨씬 길어서 따로 나눠서 안 끼워도 누구 건지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만든 사람 정말 똑똑이.👍🏻
양꼬치를 3개씩 올려놓고 익히니깐 다 같이 노릇노릇하게 익어서 타기 전에 얼른 마라갈비 꼬치를 하나 집어서 허겁지겁 먹었어요.
저는 마라탕 열풍이 불었을 때도 마라탕을 먹고 ‘그냥 그저 그렇네’라고 느낀 사람이어서 솔직히 마라갈비 맛은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고기 자체는 되게 부드러웠어요. 물론 마라맛을 좋아하는 분은 분명히 좋아할 맛입니다. 다음으로 양꼬치를 먹었는데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육즙이 입안을 감싸면서 고기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양꼬치를 먹고 기대감에 부푼 채로 양갈비살 꼬치도 먹었는데 진짜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었어요. 역시 ‘고기는 고긴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먹어본 적은 없어도 중국 향신료를 되게 싫어하는 줄 알고 살았는데 오늘 중국 향신료 가루에 양꼬치를 종류별로 다 찍어 먹어 보고 중국 향신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생각 의외로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양꼬치랑 먹기 괜찮았어요. 물론 밑반찬으로 나온 양파간장절임이랑 부추무침이 양꼬치랑 먹기에 느낌함도 잡아주고 더 기가 막힌 조합이긴 했지만, 중국 향신료도 나름 선빵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라탕이 나왔는데 제가 마라탕을 3번밖에 안 먹어봐서 안에 재료들 명칭은 잘 모르지만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거 보이시죠? 자세히 보시면 마라탕에 동그랗게 생겨서 미니 감자처럼 생긴 게 들어있는데 어묵이랑 비슷한 맛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식감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말랑말랑해서 신기했어요. 건두부도 특이한 식감으로 하나씩 집어 먹는 재미가 있었어요. 마라탕 속에 고기가 조그마하게 썰어져서 들어가 있는데 숙주랑 같이 먹으면 끝장나게 맛있어서 맥주를 안 마실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양꼬치를 각자 12개씩 먹고 나니 살짝 물리고 느끼해서 매운 국물이 확 땡겼는데 마라탕 국물이 얼큰해서 느끼함을 잡아주더라고요. 이렇게 마지막 음식까지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양꼬치 먹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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